
- 저자
- 한강
- 출판
- 창비
- 출판일
- 2014.05.19
악은 평범하다.
한나 아렌트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강 작가님이 노벨상을 수상한 후에야 비로소 『소년이 온다』를 읽게 됐다. 채식주의자를 읽어보기도 했지만 그 외의 다른 작품은 읽어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역사와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쓰셨다는 것도 몰랐고 이렇게 책을 많이 출간하셨었는지도 몰랐다. 책을 읽는다는 사람이 우리나라 문학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에 반성을 하면서 소중하게 구매한 책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책은 그렇게 두껍지 않다. 200쪽 분량이지만 내용은 깊고 심오하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여러 인물들이 겪는 아픈 이야기다. 마지막 이야기를 읽을 때는 뜨거운 눈물이 계속 샘솟아서 한동안 펑펑 울었었다. 외세의 침략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 국민이 또 이렇게 피를 흘리며 고통의 역사를 새겨야 한다니. 한탄스러울 뿐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계속 생각났다. 아마 많은 분들이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다움의 전제 조건인 사유가 없는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공감과 이해가 없이 그저 상부의 지시만 듣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던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다. 평범한 인간. 그들이 악마가 되는 순간은 철저한 무사유를 가지는 순간부터다. 조금만 이해하고 마음을 돌렸더라면, 이라는 소용없는 가정만을 되뇔 뿐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소년이 온다 - 한강
뭐가 문제냐? 맷값을 주면서 사람을 패라는데, 안 팰 이유가 없지 않아?
소년이 온다 - 한강
비단 5.18민주화 운동이라는 단면으로만 이 책을 볼 수는 없었다. 우리는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차별당하고 비난받고 억압받는 사람들이 있으며 우리도 겪고 있다. 왕따와 따돌림, 사회적 고립, 사회적 차별, 인권의 침해 등 사회 곳곳에 병적인 암덩어리처럼 없어지지 않고 크고 있다. 맞다. 암덩어리다. 그런데 암세포는 모든 인간의 몸에 존재한다. 그 무서운 존재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약해진 상태가 오면 그것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든다. 사회적인 현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한눈을 파는 사이에 일어난다.
철저한 무사유의 무서움을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한다. 현실에 대해 자각하고 공감하지 않으면 나 또한 악인이 될 수 있다. 깨어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가슴 아픈 역사를 통해 깨닫는다.
『소년이 온다』가 노벨상을 통해 세계에 널리 알려진다니 감격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끄럽다. 부끄러운 역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쟁이 종식됐으면 좋겠다. 더 이상 정대나 동호, 진수, 동호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작품이 노벨상 수상에 한 획을 그었다는 것을 그 사람이 죽지 않고 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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